SCO 2026의 주제인 The Science and Practice of Translation: Improving Cancer Outcomes Worldwide는 올해 학회에서 무엇이 중요하게 다뤄졌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학회에서는 췌장암의 pan-RAS 억제제부터 항체-약물 접합체(ADC), 이중특이항체(bispecific antibody), 그리고 더욱 정교해지고 있는 바이오마커 기반 치료 접근법에 이르기까지 최근 종양학 분야의 주요 연구 성과가 폭넓게 소개되었습니다. 그러나 과학 세션과 연구자, 업계 관계자들과의 논의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과학적 혁신만으로는 새로운 치료제가 실제 환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모든 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스폰서에게 중요한 질문은 이러한 혁신을 어떻게 실제 치료제로 개발하고, 전 세계 환자에게까지 연결할 것인가입니다.
전통적으로 중개과학(translational science)은 실험실에서 이루어진 발견을 임상으로 이어가는 과정을 의미해 왔습니다. 하지만 ASCO 2026에서는 중개과학이 이제 그보다 더 넓은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졌습니다.
앞으로의 중개과학은 기초 연구와 환자 치료를 연결하는 데만 머물지 않습니다. 국가와 지역마다 다른 의료 환경과 환자 특성을 고려하고, 한 지역에서 시작된 혁신적인 치료제가 다른 지역의 환자에게도 실제 치료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가속화되고 있는 과학적 혁신
올해 학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연구 성과 중 하나는 췌관선암(pancreatic ductal adenocarcinoma, PDAC)을 대상으로 한 pan-RAS 억제제의 3상 데이터였습니다.
수십 년 동안 RAS는 약물로 표적하기 어려운, 이른바 ‘undruggable’ 표적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췌장암 역시 진행이 빠르고 치료가 어려운 암종 중 하나로, 새로운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락손라십(daraxonrasib)을 비롯한 새로운 pan-RAS 치료제가 보여준 생존기간 개선은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이며, 종양학계에서도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제가 실제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여러 RAS 동형(isoform)에 걸쳐 야생형(wild-type) RAS를 억제하는 경우 치료역(therapeutic window)이 좁아질 수 있어 독성 관리가 특히 중요합니다. 환자가 장기간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위장관 및 피부 관련 독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적절히 관리해야 합니다.
내성 기전 역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다른 표적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종양이 치료에 적응하면서 내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성이 어떤 기전으로 발생하는지, 이후 클론 진화(clonal evolution)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중요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논의가 이미 단독요법(monotherapy)을 넘어 병용요법(combination therapy)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pan-RAS 치료제의 성패는 치료제 자체의 과학적 성과뿐만 아니라, 어떤 치료제와 병용할 것인지, 적절한 환자군과 용량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이를 임상시험에서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에도 달려 있습니다.
스폰서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임상시험 수행 측면에서도 새로운 과제를 제시합니다. 췌관선암(PDAC)처럼 진행이 빠른 질환의 임상시험에서는 적합한 임상시험기관을 선정하고, 해당 암종과 초기 임상시험 경험이 풍부한 연구진을 확보하며, 안전성을 면밀히 관리해야 합니다. 치료 접근법이 정교해질수록 이를 임상시험에서 제대로 검증하기 위한 준비도 중요해집니다. 단순히 유효성을 입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복잡한 독성을 관리하면서 내성 발생을 추적하고 병용요법 임상시험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향후 pan-RAS 치료제 개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글로벌화되고 있는 종양학 혁신
ASCO 2026에서 확인된 또 하나의 뚜렷한 흐름은 종양학 분야의 혁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몇 년 사이 중국의 신약 개발 환경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바이오시밀러나 패스트 팔로워(fast-follower) 신약 개발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 많은 기업이 ADC, 이중특이항체(bispecific antibody), 기타 첨단 바이오의약품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전과 기술을 적용한 혁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이번 학회에서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논의된 사례 중 하나는 HARMONi-6 임상시험이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중국에서 개발된 혁신 항암제로는 처음으로 3상 임상시험의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진행성 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이보네시맙(ivonescimab)이 보여준 긍정적인 결과는 중국에서 개발된 혁신 치료제가 전 세계 환자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결과는 스폰서와 규제기관 모두에게 점점 더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한 국가나 지역에서 확인된 긍정적인 연구 결과가 더 넓고 다양한 환자군에서도 동일하게 재현될 수 있음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이 질문은 초기 단계와 후기 단계 개발 프로그램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ASCO에서 주목받은 많은 혁신 신약 후보물질은 주로 중국이나 아시아 태평양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연구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지만, 글로벌 개발로 확대하려면 서로 다른 환자군과 의료 환경, 치료 관행에서도 동일한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SCO에서 발표된 유망한 치료제 중 상당수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제가 궁극적으로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지는 더 다양한 환자군과 시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 지역의 환자에게 의미 있는 치료 효과를 보인 혁신 치료제는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제 스폰서가 직면한 과제는 혁신적인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라면 어느 지역에 있든 실제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발 범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단계로 확대되고 있는 중개과학
바로 이 지점에서 ASCO의 올해 주제는 더 넓은 의미를 갖습니다.
중개과학은 더 이상 실험실에서의 발견을 임상에서 검증하는 전통적인 개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한 지역에서 얻은 연구 성과를 다양한 환자군과 의료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근거로 발전시키는 것까지 중개과학의 중요한 역할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스폰서들도 특정 지역에만 초점을 맞춘 개발 전략이 향후 글로벌 개발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점점 더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환자군에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이제 혁신 치료제의 가치를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업계는 과학적 발견을 유망한 치료제로 발전시키는 데 이미 높은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과제는 이러한 치료제가 서로 다른 의료 시스템과 다양한 환자군에서도 동일한 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근거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외 지역(ex-US)을 활용한 임상개발 전략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스폰서들은 더 이상 ex-US 전략을 대안적인 개발 경로로만 보지 않습니다. 미국 내 임상시험 비용이 높아지고 임상시험기관 간 경쟁과 환자 모집 부담이 커지면서, ex-US 전략은 점차 전체 개발 계획에서 중요한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은 이러한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호주, 중국과 같은 국가들은 효율적인 규제 절차, 우수한 임상 인프라, 경험이 풍부한 연구자, 대규모 환자군에 대한 접근성을 갖추고 있어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많은 스폰서에게 이러한 강점은 초기 임상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이후 글로벌 개발과 허가에도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까다로워지고 있는 개발 환경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과 비교하면 올해 ASCO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한층 낙관적이었습니다. 바이오제약 분야로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신중하게 투자 대상을 선별하고 있습니다.
초기 단계 바이오텍 기업들은 보유 자금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용하면서, 개발 범위를 넓히기 전에 명확한 개념 입증(Proof of Concept)을 확보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자체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과 함께, 개별 후보물질의 개발 성과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후기 단계 기업들은 임상시험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허가로 이어질 수 있는 개발 계획(registrational pathway), 환자 모집의 예측 가능성, 데이터 품질, 그리고 글로벌 규제기관 제출까지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택하는 데 맞춰지고 있습니다.
두 그룹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과학적 혁신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실제로 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가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초기 단계 기업들은 개념 입증에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고, 후기 단계 기업들은 예측 가능한 환자 모집과 높은 데이터 품질, 일관된 임상 운영을 통해 허가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결국 두 경우 모두 스폰서들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더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개발 계획에 점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주목할 변화
ASCO 2026에서 발표된 연구 성과는 종양학 분야의 혁신이 빠른 속도로 이어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Pan-RAS 억제제부터 차세대 ADC, 이중특이항체, 새로운 바이오마커 기반 접근법에 이르기까지 연구자들은 암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의 범위를 계속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학회에서 가장 강하게 전달된 메시지는 특정 치료제 하나의 성과에 관한 것이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더 넓은 의미에서의 ‘중개(translation)’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중개과학은 더 이상 실험실에서 나온 발견을 임상으로 옮기는 데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제는 유망한 치료제가 여러 지역과 의료 환경, 다양한 환자군에서도 일관된 치료 효과와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보여줄 수 있도록 연결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업계는 새로운 치료 기술과 혁신을 만들어내는 데 이미 높은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과제는 환자가 어느 지역에 있든 필요한 치료를 실제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 우수성뿐만 아니라, 신중한 개발 계획과 다양한 환자군을 포함한 임상시험 설계, 그리고 유망한 연구 성과를 여러 국가에서 실제 임상 결과로 이어갈 수 있는 수행 역량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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