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L 2026에서 발표된 최신 연구 결과는 B형간염(HBV) 완치 치료제 개발이 이론적 가능성을 논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임상 데이터로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신약 개발사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제시하고 있습니다.

매년 EASL은 간질환 분야의 최신 연구와 향후 치료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올해는 특히 B형간염 완치 치료제 분야에서 실제 임상적 진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졌습니다.

여러 발표와 토론, late-breaking 세션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흐름도 분명했습니다. 오랫동안 목표로 삼아온 B형간염의 기능적 완치(functional cure)를 뒷받침하는 임상 데이터가 여러 치료 접근법에서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아직 하나의 치료법이 모든 과제를 해결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EASL 2026에서는 서로 다른 기전을 활용한 치료 전략에서 의미 있는 임상 결과가 발표되면서, 향후 B형간염 치료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졌습니다.

바이러스성 간염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폰서에게 이러한 변화는 개별 연구 결과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기능적 완치(functional cure)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B형간염 완치 치료제 개발도 이제 이론적인 가능성을 논하는 단계에서 실제 임상에서 이를 확인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HBV 치료제 개발, 실제 임상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발표 중 하나는 GSK의 3상 베피로비르센(bepirovirsen) 데이터였습니다. 이번 결과는 B형간염 치료 분야에서 10여 년 만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를 높였습니다. 특히 안전성 프로파일을 함께 고려했을 때, 전반적인 결과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물론 베피로비르센(bepirovirsen) HBV 완치의 최종 해답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번 결과는 현재 치료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수년간 HBV 완치 치료제에 대한 논의는 주로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EASL 2026에서는 논의가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제 임상에서 어느 정도까지 달성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이번 성과는 베피로비르센(bepirovirsen)이라는 하나의 치료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다양한 기전과 치료 접근법을 대상으로 이어져 온 연구가 실제 임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며, 만성 B형간염의 기능적 완치가 장기적인 연구 목표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치료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가 이번 학회에서 언급했듯이, 베피로비르센(bepirovirsen)이 ‘완치 치료제 그 자체’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향후 B형간염의 표준치료에 영향을 미치고, 이후 개발되는 치료제들이 비교하게 될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후성유전학적 억제, 새로운 HBV 치료 가능성을 보여주다

GSK의 데이터가 큰 관심을 받은 가운데, 이번 학회에서 과학적으로 특히 주목받은 발표 중 하나는 Tune Therapeutics의 연구였습니다.

Tune Therapeutics는 late-breaking 세션에서 HBV cccDNA를 직접 후성유전학적으로 억제(epigenetic silencing)할 수 있다는 최초의 임상 근거를 발표했습니다. Ed Gane 박사가 발표한 이번 결과는 cccDNA의 활성을 직접 억제하는 접근이 실제 환자에서도 가능하며, 만성 B형간염의 지속적인 바이러스 억제와 장기적인 치료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후성유전학적 억제, 다른 질환으로 적용 가능성을 넓히다.

후성유전학적 억제는 다양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접근법으로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습니다. EASL 2026에서 발표된 결과는 이러한 접근이 실제 환자에서도 가능하다는 임상 근거를 제시한 초기 사례 중 하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향후 연구에서도 유효성과 지속성이 확인된다면, 후성유전학적 억제는 장기간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양한 HBV 치료 기술, 임상 단계에서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는 Precision BioSciences에서 발표했습니다. Precision BioSciences는 치료를 받은 환자의 간 생검 조직에서 HBV cccDNA를 제거하거나 비활성화할 수 있다는 최초의 임상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cccDNA는 체내에 오랫동안 남아 HBV 완치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치료를 통해 이러한 바이러스 저장소(viral reservoir)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실제 환자에서 확인된 것은 HBV 완치 치료제 연구에서 중요한 진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GSK, Tune Therapeutics, Precision BioSciences를 비롯한 여러 기업의 발표를 종합하면, 이제 HBV 완치를 위한 하나의 접근법만 연구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안티센스 치료제(antisense therapies), 유전자 편집 기술, 면역 조절 전략, 후성유전학 기술 등 서로 다른 방식의 치료법이 동시에 임상 단계에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치료 접근법에서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바이러스성 간염 분야에서도 실제 치료 방식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D형간염 치료제, 기업 간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다

HBV뿐만 아니라 D형간염 바이러스(Hepatitis Delta Virus, HDV) 치료제 분야도 빠르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HDV 치료제 분야에서는 불레버타이드(bulevirtide)가 중심에 있었지만, 최근에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로나파르닙(lonafarnib), 브렐로비투그(brelovitug)를 비롯한 여러 신약 후보물질이 개발되면서 새로운 치료 옵션이 등장하고 있고, 기업 간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Mirum Pharmaceuticals가 발표한 2b상 AZURE-1 데이터 역시 HDV 치료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주요 임상 결과는 2026년 하반기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는 임상 결과뿐만 아니라 어떤 환자군을 얼마나 빠르게 모집할 수 있는지, 여러 국가에서 임상시험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각 시장의 규제 요건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지도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사성 간질환, 치료 방식의 변화가 본격화되다

바이러스성 간염이 이번 학회의 주요 과학적 논의를 이끌었지만, 대사성 간질환 역시 중요한 주제로 다뤄졌습니다.

특히 GLP-1 치료제가 MASH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습니다. 레스메티롬(resmetirom)의 승인과 비만·대사질환 치료제의 지속적인 성과를 배경으로, 스폰서들은 효과적인 대사질환 치료제가 향후 MASH 치료와 임상개발 방향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번 EASL에서는 간질환을 간 자체의 문제로만 보기보다,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등 질환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대사적 요인과 함께 이해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이 분야에서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간 조직의 병리학적 변화뿐 아니라 질환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대사적 요인과 환자의 전반적인 임상 특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치료제 연구에 반영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AI와 오믹스 기술, 실제 연구와 임상개발에서 활용이 확대되다

인공지능(AI)과 오믹스(omics) 기술은 이번 학회에서도 주요 주제로 다뤄졌습니다. 특히 올해는 기술 자체의 가능성을 논하기보다, 이를 실제 연구와 임상개발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했습니다.

AI는 바이오마커 발굴과 환자군 세분화, 치료 전략 최적화, 임상시험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실제 연구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적용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멀티오믹스(multi-omics) 기술 역시 질환의 생물학적 특성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고, 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법을 연구하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AI와 오믹스 기술이 연구자의 과학적 판단과 전문성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질환과 환자를 보다 정교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신약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연구 도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사, 새로운 기회와 과제에 대비해야 한다

EASL 2026이 보여준 가장 중요한 변화는 HBV 완치라는 과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달라진 것은 기능적 완치를 목표로 하는 여러 치료 접근법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임상 데이터가 실제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수년간 업계는 HBV 완치가 과학적으로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연구개발을 이어왔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가능성을 실제 환자 데이터(human data)가 뒷받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치료 기술과 후보물질의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기업 간 경쟁과 투자자의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스폰서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지만,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수행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임상시험이 증가하고 있고,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기 위한 바이오마커의 역할도 커지고 있습니다. 치료 기전과 임상 단계에 따라 각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사항을 초기부터 면밀히 검토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치료 기술과 연구 성과를 실제 임상시험으로 이어갈 수 있는 수행 역량과 해당 치료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함께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EASL 2026에서 확인된 흐름은 분명합니다. HBV 완치 치료제에 대한 오랜 연구가 실제 환자에서의 임상 성과로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몇 년은 만성 B형간염의 장기적인 질환 관리에 머물렀던 치료 목표가 기능적 완치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어떤 치료제와 기업이 변화를 이끌어갈지 가늠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