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임상시험 환자 모집 분야에서 일하며 꾸준히 확인해 온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타당성 조사(feasibility)에서 매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임상시험이라도 실제 환자 모집 단계에서는 예상과 다른 결과를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환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는 타당성 조사 데이터만으로 충분히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측면에서 보면 지금만큼 좋은 환경을 갖춘 적은 없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방대한 데이터셋과 실제임상근거(Real-World Evidence, RWE), 상세한 임상시험 기관 정보를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어디에 있고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 어떤 의료진에게 진료받고 있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는 정교한 분석 도구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지역별 분포와 진료 의뢰 경로(referral pathway)를 분석하고, 정교하게 설계된 디지털 캠페인을 통해 많은 잠재적 임상시험 참여자에게 접근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그럼에도 환자 모집은 여전히 임상시험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 중 하나입니다. 데이터가 환자 모집 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을 크게 변화시킨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환자 등록 성과는 데이터만으로는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다양한 요인에 의해 좌우됩니다
기존의 타당성 평가를 넘어
핵심은 타당성(feasibility)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있습니다. 타당성 평가 결과만 보면 전망이 매우 긍정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데이터베이스에서 잠재적으로 적합한 환자가 대규모로 확인되고, 임상시험 기관이 제시한 예상 환자 수도 충분히 달성 가능해 보이며, 환자 모집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타당성 평가는 특정 임상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이들이 어디에 분포해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유용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임상시험 참여 의향이 있는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스크리닝을 거쳐 최종적으로 적격 판정을 받는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실제 참여가 가능한 상황에 있는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 수는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상으로는 수백 명, 때로는 수천 명의 잠재적 환자가 확인되더라도 실제로 임상시험 참여에 동의하고 등록까지 이어지는 환자는 그중 일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타당성 평가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행동과 임상시험 기관의 실제 역량, 그리고 환자가 참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요소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입니다. 노보텍의 경험에 따르면, 타당성 데이터에 환자와 임상시험 기관에 대한 현장 인사이트, 그리고 환자의 참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함께 반영할 때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환자 모집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환자 모집
오늘날의 데이터와 분석 도구는 잠재적 환자를 찾아내는 방식을 크게 발전시켰습니다. 하지만 환자를 식별하는 것은 환자 모집 과정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실제 모집 성과는 데이터만으로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요소에 크게 좌우됩니다. 임상시험이 환자의 입장에서 실제로 참여 가능한 구조인지, 접근에 어려움은 없는지, 그리고 환자가 참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범위와 분석 기술은 크게 발전했습니다.
- 실제임상데이터(Real-World Data, RWD)를 활용해 질환 유병률과 실제 치료 패턴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디지털 광고를 통해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환자군에 보다 정교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고급 분석 기술을 활용해 환자 모집 가능성이 높은 임상시험 기관과 연구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환자 모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어려움은 환자를 찾는 것 자체보다, 확인된 환자가 실제로 임상시험에 참여할 의향이 있고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실제 참여 여부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이 영향을 미칩니다.
- 복잡한 프로토콜(Protocol complexity): 임상시험 프로토콜이 복잡해지고 선정·제외 기준이 까다로워질수록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환자 수는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 환자의 참여 부담(Patient burden): 잦은 병원 방문, 긴 방문 시간, 침습적 검사와 반복적인 평가 등은 환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만성질환을 관리하면서 직장생활이나 가족 돌봄을 병행해야 하는 환자에게는 이러한 부담이 임상시험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 복잡한 임상시험 참여 과정(Complex patient journey): 환자가 임상시험을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실제 등록에 이르기까지 온라인 양식 작성, 스크리닝 전화, 사전 평가, 임상시험 기관 방문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할 수 있습니다. 절차가 복잡하고 단계가 많아질수록 그 과정에서 참여를 포기하는 환자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 이해하기 어려운 의학 용어(Medical jargon): 임상시험 관련 안내 자료가 전문적인 의학 용어 위주로 작성되면 환자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임상시험의 목적과 참여 과정, 예상되는 부담 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실제 참여를 결정하기도 어려워집니다.
- 환자 옹호 단체(Patient Advocacy Groups)와의 제한적인 협력: 환자 옹호 단체는 환자와 직접 소통하고 필요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채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실제 환자 모집 전략을 수립할 때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거나 지속적으로 협력하는 경우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환자 모집이 단순히 데이터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데이터는 잠재적 임상시험 참여자를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실제 등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신뢰를 형성하고, 임상시험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며, 환자가 현실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연구를 설계하는 과정이 함께 필요합니다. 결국 환자가 임상시험에 참여할지, 그리고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참여할지는 이러한 경험 전반에 의해 좌우됩니다.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환자 모집의 핵심
기술과 데이터 활용 방식은 크게 발전했지만, 환자 모집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 신뢰(Trust): 환자는 임상시험의 목적과 과정, 그리고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과 의료진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참여 부담(Burden): 임상시험 참여가 환자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부담이 클수록 등록으로 이어지거나 시험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 환자의 행동과 선택(Human Behavior): 임상시험 참여 여부는 단순히 의학적 조건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환자의 감정과 인식, 편의성, 가족과 직장 상황 등 다양한 현실적인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다고 데이터의 가치가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데이터는 스폰서가 잠재적 환자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합한 임상시험 기관을 선정하며, 보다 정교한 환자 모집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환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현실적인 임상시험 설계와 함께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과학적으로 타당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서도 실제로 참여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참여하기 쉬운 임상시험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노보텍의 경험에 따르면, 타당성 평가 데이터에 환자의 니즈와 동기,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실제 임상시험 참여 경험에 대한 이해를 함께 반영할 때 환자 모집 전략의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스폰서는 개발 초기부터 환자의 관점을 고려함으로써 프로토콜 설계, 방문 일정, 환자 모집 자료, 지원 서비스와 관련해 보다 현실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환자의 참여 부담을 줄이고 실제 등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노보텍의 Patient Engagement 팀은 임상시험 계획 초기부터 스폰서 및 연구팀과 협력해 데이터만으로는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환자의 실제 경험과 참여 장벽을 함께 살펴봅니다. 데이터 기반 타당성 평가에 환자 옹호 단체와의 협력, 환자 여정 분석, 환자 중심 프로토콜 제안, 커뮤니케이션 전략, 타깃형 환자 접근 방식을 결합해 스폰서가 근거에 기반하면서도 실제 환자 모집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효과적인 환자 모집 전략은 하나의 방법만으로 완성되기 어렵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환자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 임상시험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 명확한 환자 커뮤니케이션, 현실적인 프로토콜 설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적합한 환자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고, 환자 모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며 등록 성과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험을 쌓으며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분명합니다. 성공적인 환자 모집은 단순히 적격 환자를 찾아내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환자가 임상시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며, 신뢰를 바탕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 모집을 둘러싼 환경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 환자를 더 깊이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량을 환자 인사이트, 환자 중심 임상시험 설계, 명확한 실행 계획과 함께 활용한다면 환자 모집은 보다 예측 가능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가장 좋은 환자 모집 성과는 데이터와 사람에 대한 이해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서 나오지 않습니다. 두 가지를 함께 활용할 때 비로소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환자 모집 전략을 만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