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기관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 임상시험을 실제 현장에서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관에 요구되는 업무는 계속 늘어나는 반면, 이를 담당할 인력과 자원이 같은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복잡해지는 프로토콜, 늘어나는 데이터 요구사항, 인력 부족, 과도한 행정 업무는 임상시험기관의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기관은 규제 요건을 준수하고 데이터 품질을 유지하면서 촉박한 일정까지 맞춰야 합니다. 여기에 갈수록 늘어나는 운영 업무를 관리하고, 환자가 임상시험에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책임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은 기관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AI를 임상시험기관에 도입할 수 있느냐가 아닙니다. 새로운 업무나 복잡성을 더하지 않으면서 실제로 기관의 업무를 줄여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AI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임상시험기관도 AI의 가능성 자체보다, 반복적인 행정 업무를 줄이고 실제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한 논의에서 임상시험기관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이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되려면 추가적인 업무 부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업무를 줄여주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임상시험기관에서 AI를 도입할 때 무엇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복잡해지는 임상시험 환경에서 임상시험기관의 원활한 운영을 돕는 방법

대부분의 임상시험기관은 기술로 사람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미 많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연구팀이 늘어나는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환자와 임상시험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AI를 통한 행정 업무 부담 완화

임상시험 코디네이터와 연구자는 임상시험 수행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하지만,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행정 업무에도 상당한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AI는 다음과 같은 업무를 지원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 프로토콜 및 임상시험 관련 문서 요약
  • 규제 제출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초안 작성
  • 환자 사전 스크리닝 지원
  • 환자 모집 관련 업무 정리
  • 데이터 쿼리 우선순위 설정
  • 다국어 커뮤니케이션 지원
  • 누락된 문서 확인
  • 내부 교육 및 정보 공유 지원

각각의 변화만 보면 작은 개선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임상시험과 환자를 동시에 관리하고 다양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연구팀에게는 이러한 작은 시간 절약이 쌓여 전체 업무 부담을 크게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임상시험 코디네이터는 여러 임상시험을 동시에 담당하면서 프로토콜 변경사항을 검토하고, 데이터 쿼리에 대응하며, 환자 방문 일정을 조율하고 관련 문서를 관리합니다. 기술이 이러한 반복적인 행정 업무를 줄여준다면, 코디네이터는 환자와의 소통과 임상시험 관리처럼 보다 중요한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새로운 플랫폼을 익히고 별도의 관리 업무까지 추가된다면, 기술 도입이 오히려 현장의 부담을 키울 수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기술의 가치는 임상시험기관의 실제 업무 부담을 얼마나 줄이고, 일상적인 업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AI 역시 연구자의 전문성이나 코디네이터의 판단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로 봐야 합니다. 임상연구에서는 여전히 연구진의 감독과 임상적 의사결정, 그리고 환자의 신뢰가 중요합니다.

데이터와 시스템을 연계한 임상시험 수행

이러한 논의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는 임상시험 수행 방식 자체가 더 많은 데이터와 시스템을 연결해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FDA의 실시간 임상시험(Real-Time Clinical Trials, RTCT) 이니셔티브와 같은 움직임은 주요 마일스톤이나 임상시험 종료 시점까지 기다린 뒤 문제를 확인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던 방식에서 벗어나,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문제를 더 빠르게 파악해 대응하려는 변화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임상시험기관에도 새로운 기회와 과제를 함께 가져오고 있습니다.

임상시험 전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나면서, 이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수집하는 것이 아닙니다.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선별하고, 먼저 대응해야 할 사항을 판단하며, 기관의 업무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필요한 조치를 제때 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AI는 늘어나는 임상시험 관련 정보를 정리하고 검토하며, 중요한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임상시험 진행 중 발생하는 문제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연구자와 기관 연구진은 환자 관리와 임상시험 수행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원칙은 분명합니다. 기술은 임상시험 수행을 더 간단하게 만들어야지, 새로운 복잡성을 더해서는 안 됩니다.

행정 업무를 줄이는 데 활용하든, 늘어나는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 활용하든,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얼마나 정교한지가 아닙니다. 임상시험기관과 연구자, 스폰서가 임상시험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환자가 보다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AI 도입

최근 임상시험기관들과의 논의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대화의 중심이 기술 자체보다 신뢰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기관들은 AI가 행정 업무 부담을 줄이고 일상적인 임상시험 운영을 지원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동시에 AI를 사용할 때 어떤 기준과 보호 장치(guardrails)가 필요한지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AI의 사용 역시 논의에서 꾸준히 다뤄진 주제였습니다.

임상시험기관들은 AI를 내부 업무에 활용하는 것과 민감한 정보를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AI에 입력하는 것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AI를 활용해 문서를 정리하고, 환자 모집 계획을 지원하며, 운영상 리스크를 파악하거나 내부 업무를 효율화하는 것은 적절한 활용 영역으로 보았습니다. 반면 기밀 정보를 이러한 AI에 입력해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특히 한 가지 원칙에 대해서는 분명한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스폰서의 독점 정보, CRO 관련 정보, 환자 정보 또는 임상시험 기밀 데이터는 어떠한 경우에도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AI 플랫폼에 입력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정보는 반드시 회사에서 승인한 기업용 시스템 안에서만 사용해야 합니다. 기업용 시스템은 민감한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조직이 직접 관리하는 환경으로,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용자를 제한하는 접근 권한 관리
  • 데이터 암호화 및 보안 기능
  • 정보의 사용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 관리 기능
  • 규제 및 컴플라이언스 요건에 맞춘 관리 체계

반면 공개적으로 이용한 AI는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고, 어떻게 사용되며,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승인된 기업용 시스템과 같은 수준의 통제와 투명성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여러 참석자들은 이 점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으로 강조했습니다. 임상연구에서 AI를 활용할 때는 어떤 경우에도 기밀성, 데이터 무결성, 규제 준수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AI 활용이 늘어나면서 임상시험기관들은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해 보다 명확한 기준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 AI에 입력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
  • 사용이 승인된 AI
  • 필요한 보안 조치와 관리 기준

목표는 AI 사용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닙니다. 임상시험기관이 실제 업무에서 AI를 안전하게 활용하면서 기밀성과 데이터 보안, 규제 요건을 지킬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I 도입에 필요한 임상시험 관계자 간 협력

임상시험기관은 AI가 실제 업무에 적용되는 현장이지만, 기관의 노력만으로 성공적인 도입이 이루어지기는 어렵습니다.

스폰서, CRO, 책임연구자, 임상시험기관, 기술 제공업체가 함께 어떤 도구를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지 검토하고, 실제 임상시험 수행에 도움이 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다양한 임상시험과 여러 지역의 기관들과 협력하면서 제가 배운 점 중 하나는, 이론상 좋아 보이는 솔루션도 실제 현장에서는 기대만큼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도구와 프로세스를 매일 직접 사용하는 것은 임상시험기관이기 때문입니다.

제 관점에서 CRO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새로운 기술이 기관의 실제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지, 아니면 관리해야 할 업무만 하나 더 늘리는지를 함께 판단하는 것입니다.

기술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도구를 기존 임상시험 운영 방식에 무리 없이 적용하고,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는 것입니다.

책임연구자 역시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AI가 행정 업무를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연구자의 감독과 임상적 판단, 그리고 최종적인 책임은 환자 안전과 임상시험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데 여전히 필수적입니다.

환자의 신뢰 역시 중요합니다. AI가 임상연구에서 더 많이 활용될수록 AI가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지를 환자에게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연구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데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임상시험기관이 AI에 기대하는 역할

제가 임상시험기관들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보면, 기관들이 AI에 기대하는 것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기관들은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실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를 원합니다. 또한 어떤 정보를 AI 도구에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없는지, AI 활용이 늘어날수록 스폰서와 CRO가 기관에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에 대해서도 보다 명확한 가이드를 원하고 있습니다.

기관들은 새로운 기술이 연구자의 감독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업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기존 임상시험 운영 방식에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원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기관들이 원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더 많은 기술’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나온 요구는 행정 업무 부담을 줄이고,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며, 환자와 임상시험 수행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가지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임상시험 기관이 원하는 것은 또 하나의 플랫폼이 아니라, 점점 더 복잡해지는 임상시험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도구입니다.

AI가 행정 업무를 줄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단순화해 기관 연구팀이 환자와 임상시험 수행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한다면, 현장에서도 자연스럽게 활용이 늘어날 것입니다. 반대로 추가적인 업무와 복잡성, 불확실성을 만든다면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도입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긍정적인 점은 임상시험기관들이 이러한 논의에 소극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많은 기관이 AI가 실제로 어떤 영역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기관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어디에서 실제 도움이 되는지, 어떤 부분에서 리스크가 생길 수 있는지, 그리고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어떤 기준과 보호 장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입니다.

노보텍은 임상시험기관이 현재 겪고 있는 업무 부담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실제 현장에 도입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인 요소들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AI가 기관의 행정 업무를 줄이고, 환자와 임상시험 수행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도입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입니다. 반대로 업무 부담만 늘린다면 현장에서 선택받기 어려울 것입니다.